A touch of setting sun, 2007, Duraflex print, 16 x 20 inches, Edition 2 of 6
노리토시 히라카와 _내면의 검열을 벗어나고자 하는 긍정적 섹슈얼리티
Although sexuality is non-institutional, it possesses at the same time a quality found both within and without institutional life.
In our institutional lives, this quality produces a division of the human being into two images: the one public and the other private.
When the private image, one's own sexual attraction, is censored in the public realm, while at the same time printed information about a person from familiar surroundings is provided in place of the missing criteria, the question arises as to how the observer would react to the new image of the person.
The result is quite possibly the temptation to establish a personal relationship with the person if the observer has the means with which to deal with the censorship on his own.
Noritoshi Hirakawa
미술관에 서는 들릴 법하지 않은 여성의 신음소리가 백남준아트센터의 다목적실에서 새어 나온다. 커다란 스크린에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이 등장하고 곧이어 검은 배경 위로 의미 불분명의 텍스트들이 나타난다. 텍스트의 내용을 읽는 출연자들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린다. 화면은 다시 나체이거나 속옷만 입은 출연자들이 몇 개의 무리로 제각기 다른 행동들을 하고 있는 스튜디오 공간을 비춘다. 스무 명 남짓한 관객들은 포르노그라피와 진지한 또는 무의미한 언어와 행동이 혼합된 이 내러티브 없는 영상을 진지하게 관람하고 있다.
2010 년 2월 2일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로렌스 위너Lawrence Weiner의 작품 ‘Water in Milk Exists’를 상영하고 이어서 제작자인 작가 노리토시 히라카와Noritoshi Hirakawa의 강연을 진행하였다. 노리토시 히라카와의 사진 작업 슬라이드 쇼와 함께 열린 짧은 강연이 마치자 포르노그라피와 예술의 경계, 인간의 본성과 억압 기제, 그의 작가관 등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노리토시 히라카와는 왜 로렌스 위너로 하여금 30여 년 전의 기억을 되살리도록 해야 했을까?
개념 예술가로 잘 알려진 로렌스 위너는 1976년 한 영화를 만든다. ‘A Bit of Matter and a Little Bit More’라는 제목의 이 23분짜리 영화는 성교 중인 남녀의 성기 부분을 보여 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이후 30여 년 만에 그가 다시 포르노로 돌아왔다. ‘Water in Milk Exists’에는 한 스튜디오 안에서 벌어지는 작가, 큐레이터, 미술관 관계자, 사진가 등으로 이루어진 출연자들의 성행위, 철학과 과학에 관한 대화, 로렌스 위너가 쓴 동화로부터 따온 문구들이 뒤섞여 있다. 가감 없는 성행위 장면과 성기의 클로즈업들은 오히려 너무나도 현실적이라 관객을 흥분시키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커다란 스크린을 덮은 피부의 색과 청각의 자극은 관객을 압도한다. 한편, 행위 도중에도 현실 구조에 관한 말들을 내뱉는 출연자들과 순간순간 화면을 가득 채우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구들은 관객의 집중도를 흐려 혼란스럽게 만든다.
로렌스 위너가 ‘Water in Milk Exists’를 만들게 된 계기는 일본 출신의 작가 노리토시 히라카와로부터 비롯된다. 노리토시 히라카와는 로렌스 위너에게 현재의 미술계를 반영하여 ‘A Bit of Matter and a Little Bit More’의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 보라고 제안한다. 로렌스 위너는 만약 노리토시 히라카와가 제작하겠다면, 기꺼이 감독을 하겠다고 대답한다. 이에 ‘Water in Milk Exists’ 제작 계획이 세워지고, 에로틱 아트 컬렉터이자 포르노 영화 산업을 하고 있는 에디 A. 슈퇴클리Edi A. Stokli가 참여하여 영화가 완성된다. 그리하여 2008년 아트바젤Art Basel 기간 중 에디 A. 슈퇴클리가 운영하는 포르노 상영관에서 ‘Water in Milk Exists’의 프리미어가 열린다. 이후 영화는 상영관의 정규 프로그램에 편성이 되었고, 또한, 세계 각지의 미술관, 아트센터 등지에서 초대되어 상영되었다.
The Reason of Life, “Iris, March 14, 1998, 5:40 p.m., Lisbon”, 1998,
C prints: B&W/Color, Plexiglass on surface, 14 3/4 x 22 1/2 x 1 inches
노리토시 히라카와는 ‘Water in Milk Exists’의 상영회에 자주 초대되어 강연회를 갖곤 한다. 제작자인 노리토시 히라카와는 사진 작가이자 퍼포먼스 작가로, 그의 작품의 주된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성과 에로티시즘이다. 그의 사진에는 공공장소에서 또는 사진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에게 자신의 신체 일부를 보이거나 속옷을 드러내는 여성들이나 거울을 통해 자신의 신체를 관찰하는 여성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한편, ‘The Home Coming of the Navel Strings’는 책을 읽고 있는 한 여성 퍼포머와 그의 항문을 클로즈업한 사진, 엄격한 식이요법을 통해 냄새를 없앤 그날의 대변을 전시하는 퍼포먼스이다. 가장 사적으로 여겨지고 부끄럽게 생각되는 일상의 모습들을 공공연하게 노출하면서도 그의 사진이나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전혀 불편함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직접 자신의 속옷을 촬영하기도 하고,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들과 자신이 왜 이런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지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는 로렌스 위너가 감독한 ‘Water in Milk Exists’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감독으로서 로렌스 위너는 기본적인 구조와 텍스트, 출연자들의 위치를 결정하고, 때때로 출연자들에게 특정한 문구를 말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출연자들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끔 두었다고 한다. 그는 출연자들을 제어하려거나 대본을 따로 쓰지도 않았다. 한편, 영화에서도 제작자 역할만 맡았듯, 노리토시 히라카와는 자신의 작품에 직접 등장하거나 관객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The Home-Coming of Navel Strings, 1998, 2003, 2004,
Installation View at the Wrong Gallery Booth, Frieze Art Fair, London, 2004
“‘Water in Milk Exists’에 출연한 사람들은 전문 배우들이 아닌 주변의 보통 사람들이다. 대부분 미술계 사람들로 큐레이터, 미술관 직원, 사진가, 작가 등이다. 참여할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은 작품의 주제와 그 내용, 작품의 목적을 믿고 이런 작품을 제작하는 이유에 공감해서였다. 그들은 작가의 사회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같은 비전을 가지기에 함께 작품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참여해 주었다. 하지만, 영화 안에서의 역할 등 다양한 사항들을 협상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1990년대에는 퍼포먼스를 하거나 자신을 촬영하는 등 내 작품에 많이 등장했었다. 하지만, 내가 내 작품에 직접 등장할 경우 관객들이 작품을 사회와 자신들의 일상과 동떨어진 작가의 일탈로 볼 뿐 심각하게 받아들이질 않는다. 작품을 통한 관객과의 소통이 힘들어져 점차 작품에 직접 등장하지 않게 되었다.”
Do not be close to be close, 1998,
Installation (steel, mirror, transparent mirror, monitor, video camera, light, censors), 787 x 984 x 314 inches
사진을 따로 공부한 적이 없다는 노리토시 히라카와에게 사진은 그의 대상들에 대한 기록 그리고 그들과 소통하는 도구이다. 특히, 최근의 사진 작업에서는 관찰자의 입장을 더욱더 공고히 해 가고 있는데, 마치 관객으로 하여금 몰래 엿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특정한 개념을 나타내기 위한 시리즈 작업이 아닐 때, 사진 작업에서의 나의 역할은 참가자, 즉 대상의 감정과 이미지를 조율하는 것뿐이다. 나는 참가자의 환상이 충족되기 위한 다리 역할을 해 주는 매개와도 같다. 한 이미지를 포착하기 위해서 서로 내러티브가 있는 이야기들을 주고받기도 한다. 서로의 이야기들을 합쳐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 낸다. 이미지보다 그 배경에 있는 감정을 의논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그 부분이 중요하다. 이미지는 그 결과물일 뿐이다.”
Noritoshi Hirakawa, The Unfold Universe, 2009, Silver Gelatin Print, 13 1/3 x 22 inches, Edition of 8
The Approval of Attainment, 2009, Silver Gelatin Print, 14 3/4 x 22 inches, Edition of 8
그렇기에 그의 작업에서는 최종 결과물보다도 참가자와의 상호 소통이 중요하다. 그의 작업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참가자들은 노출증 환자도, 누드를 통해 이목을 끌려는 사람들도 아니다. 또한, 노리토시 히라카와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스캔들을 만들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참가하는 사람들의 경험 그 자체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단순한 호기심 혹은 개인적인 이유로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작업을 통해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을 넘나들며 그들이 얻는 것은 일종의 힘이다.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구분은 사회적으로 결정되며, 이는 그 사회와 문화의 가치 체계 그리고 개인들에게 가하는 억압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사회적인 억압과 검열은 오히려 집단적인 성적 환상의 요인이기도 하다. 노리토시 히라카와는 그 억압의 역사를 오랜 것으로 본다.
“종교의 교리를 정립하기 위해 4세기에 열린 니케아 공의회는 교리를 정립하는 동시에 지금까지 서구 사회의 의식을 지배하는 세계관을 만들어 내었다. 바로 인간의 원죄에 관한 것이다. 원죄 개념은 인간을 태어난 때부터 부정적인 존재로 보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타고난 본성을 부정함으로써, 이에 섹슈얼리티도 부정적인 것이 되었다. 그 이래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억압은 계속 쌓여 왔고, 이는 폭력의 증가를 불렀다. 나는 예술이 이러한 관점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섹슈얼리티는 인간 본성에서 긍정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매스미디어에서도 쉽게 허용되는 폭력과는 반대로, 섹슈얼리티는 사회와 문화 속에서 한층 더 억압되어 왔다. 나는 세계를 보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싶다. 인간 본성, 그리고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이 늘어날수록 덜 공격적이고 덜 폭력적인 사회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제도, 교육, 문화에 의한 억압으로 사람들은 본래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쾌락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결국, 그는 성, 배설물, 관음과 노출 등 그는 에로티시즘의 주요 모티브들을 통해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의 경계, 그리고 현대 사회의 금기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그리하여 작업을 통해 사람들의 환상을 실험하고, 이를 통해 사회?문화적 억압에 대한 재고를 불러일으킨다. 그럼으로써 그는 현 사회에서 거부되거나 무시되는 인간의 이면을 바라보아 인간 존재를 탐구하고, 기존의 가치 체계를 전복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긍정의 힘을 복원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
A Palace in the Dunes, 2002, Silver Gelatin Print, 19 x 13 inches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왜 노리토시 히라카와는 로렌스 위너가 ‘A Bit of Matter and a Little Bit More’의 새로운 버전을 만들기를 원했을까? 로렌스 위너의 이 도색 영화는 잘 알려진 예술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당시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예술 작품으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었고, 당시의 검열로부터 보호될 수 있었다. 사실 ‘A Bit of Matter and a Little Bit More’는 최초의 포르노 영화라 할 수 있는 ‘목구멍 깊숙이Deep Throat’(1972)로 화두가 된 검열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발언이자 당시의 보수적인 정치?사회 분위기에 대한 대항이었다. 노리토시 히라카와에게 ‘A Bit of Matter and a Little Bit More’의 부활은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제도, 사회, 문화적 억압과 현대인이 지니는 내면적인 검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인 동시에 다양한 가치 체계가 존재함을 알리는 일환이었을 것이다.
이 러한 그의 작가관은 다소 이상주의적이고 낭만적인 경향까지 보인다. 많은 사람은 그의 작품을 과다한 성적 노출로 보거나 단순한 성적 호기심의 산물로 치부하기도 한다. 또는 구시대적인 어법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술가가 아니라면 누가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낭만적인 발언을 크게 외칠 수 있을까? 그의 작업이 가진 힘은 그와의 작업에 직접 참여해 본 사람만이 또는 자신의 환상을 실현해 보거나 고찰해 본 사람만이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Falling Forever, 2008, Silver gelatin print, 11 x 18 inches, Edition 5
Admission of Desire, 2003, Silver gelatin print, 8 1/4 x 12 1/2 inches, Ed. 4/8
Hare-San-Sui, 2008, Silver Gelatin Print, 12.5 x 19 inches, Edition of 8
노리토시 히라카와Noritoshi Hirakawa
1960년생. 1993년부터 뉴욕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사진, 영화, 무용,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작업을 발표해 왔으며, 시인, 음악, 안무, 건축 등 다른 장르에 있는 작가들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이스탄불 비엔날레,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등지를 비롯하여 국제적으로 수많은 전시에 참가한 바 있으며 다수의 개인전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www.noritoshi.com
_월간 <포토넷> 2010년 3월호에 게재한 기사입니다






